2006년 05월 24일
찌질대기.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여기서는 게임 개발 얘기는 거의 안 하고 있지만.
이번에 불거진 이슬기씨 일러스트 표절 사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을 찌질대봐야겠다.
공개 게시판에 써서 개싸움하기도 싫고...
일단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당연히 여러 가지 사진이나 그림을 참고 자료로 써서 그림을 그린다.
그나마 얼굴은 워낙 많이 그리기도 하고, 격렬한 움직임도 별로 없고 하니까 - 턱이 눈 위로 비틀려 올라가거나 하는 그림을 그릴 일은 별로 없으니까. 바키 작가라면 모를까 - 그마나 좀 낫지만
워낙에 관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관절의 가동 각도도 제각각이고, 하물며 그 중에서도 자연스런 포즈가 만들어 졌을 때의 인체의 모양이란 것은,
왠만큼 (해부학이든 그림이든) 천재적이지 않고는 머릿속의 이미지만으로 그리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니 거울 보며 포즈 잡기도 하고, 인형도 사고 포즈집도 사고 누드 크로키도 하고 등등의 노력을 하는 게 아닌가.
문제는 사진을 트레이스 혹은 리터칭하는 경우인데,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을 자신의 것인 양 속이는 리터칭이야 뭐 두말할 것도 없고,
사진을 트레이스하는 것 역시 돈 받고 그림을 그리는 프로로서 떳떳치 못한 일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여기서 비난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의 실력을 속인다는 것,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복제한다는 것일 게다.
실력을 속인다는 측면에선, 트레이싱을 하면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좋은 동세나 세부 묘사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그림을 그릴 때 텍스쳐를 쓴다든가, 필터를 먹인다든가, 채도값을 조절한다든가, 반투명 레이어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것과 또 얼마나 다른 일일까?
총을 든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 모델건을 찍고, 그 사진을 트레이스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냥 기술의 발전으로 그림의 퀄리티를 높일 수단이 새롭게 생겼다는 것 뿐이다.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을 트레이싱하면 거의 똑같은 이미지가 생산된다는 점에서 원 저작자의 저작권을 해친다는 것인데,
인간이 취하는 포즈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무수히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사실 저작권이라는 걸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런 걸 모두 표절이라고 몰아붙이면 세상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어디 있을까?
이번에 제라에서 논란이 된 남자가 손으로 입을 가린 포즈도...
각종 책이나 연예잡지, 싸이월드, 사진집 등을 뒤지면 몇 천 몇 만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저 사진을 베낀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니, 사실 이슬기씨가 저 그림을 보고 베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트레이싱을 했을 지도 모른다. 아마 본인만이 알 일이겠지만...
하지만 나는 최소한의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것'만으로 어찌 보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레이싱을 했으냐 여부가 아니라 '똑같은 이미지가 생산'됐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럼 어느 정도 똑같아야 같은 이미지가 생산됐다고 인정하고, 그것을 표절이라 부르냐'라는 문제는
음악에서 8마디 이상이 같으면 표절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구분짓기도 애매하며
또 구분을 짓는다고 그게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질리도 없다.
사실 워록의 탱크 표절 사건이나, 슬램덩크의 NBA사진 표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탱크를 그린다면 당연히 탱크 자료 사진을 모을 것이고, 그걸 보고 그릴 것이다.
농구 장면을 그린다면 농구 비디오나 사진집을 모으고 그걸 보고 그릴 것이다.
아니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서 그리라고? 농담이시겠지.
좀 다른 얘기를 해 보자.
예전에 다른 사람의 저작권 있는 키보드 사진을 홈피에 올렸다가 합의금 물어주고 좆됐다는 글이 모 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는데,
나도 문제가 됐다는 키보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모서리 일부를 45도 정도 삐딱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만약 같은 구도로 자기가 쓰는 키보드를 찍어서 올렸다면, 그걸 표절로 걸어서 합의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럼 그 원본 사진을 대고 그림을 그려서 홈피에 올렸다면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을까? 난 이것도 절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럼 사진을 베꼈는지도 불분명한데다가 손가락 각도나 전체적 색감, 여러 부분의 명암, 코의 길이 등이 다른 제라의 일러스트는 표절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리터칭의 경우는 문제가 꽤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예의 키보드 사진에 모션 블러를 넣고 색감에 청색을 더 넣어서 홈피에 올렸다고 하면, 합의금을 물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넥슨을 싫어하는 것도 알겠고, 잘 나가는 사람한테 배아픈 것도 알겠고, 상업용 일러스트레이터가 사진을 트레이스하는 건 쪽팔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알겠는데.
내 보기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이번에 불거진 이슬기씨 일러스트 표절 사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을 찌질대봐야겠다.
공개 게시판에 써서 개싸움하기도 싫고...
일단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당연히 여러 가지 사진이나 그림을 참고 자료로 써서 그림을 그린다.
그나마 얼굴은 워낙 많이 그리기도 하고, 격렬한 움직임도 별로 없고 하니까 - 턱이 눈 위로 비틀려 올라가거나 하는 그림을 그릴 일은 별로 없으니까. 바키 작가라면 모를까 - 그마나 좀 낫지만
워낙에 관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관절의 가동 각도도 제각각이고, 하물며 그 중에서도 자연스런 포즈가 만들어 졌을 때의 인체의 모양이란 것은,
왠만큼 (해부학이든 그림이든) 천재적이지 않고는 머릿속의 이미지만으로 그리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니 거울 보며 포즈 잡기도 하고, 인형도 사고 포즈집도 사고 누드 크로키도 하고 등등의 노력을 하는 게 아닌가.
문제는 사진을 트레이스 혹은 리터칭하는 경우인데,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을 자신의 것인 양 속이는 리터칭이야 뭐 두말할 것도 없고,
사진을 트레이스하는 것 역시 돈 받고 그림을 그리는 프로로서 떳떳치 못한 일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여기서 비난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의 실력을 속인다는 것,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복제한다는 것일 게다.
실력을 속인다는 측면에선, 트레이싱을 하면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좋은 동세나 세부 묘사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그림을 그릴 때 텍스쳐를 쓴다든가, 필터를 먹인다든가, 채도값을 조절한다든가, 반투명 레이어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것과 또 얼마나 다른 일일까?
총을 든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 모델건을 찍고, 그 사진을 트레이스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냥 기술의 발전으로 그림의 퀄리티를 높일 수단이 새롭게 생겼다는 것 뿐이다.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을 트레이싱하면 거의 똑같은 이미지가 생산된다는 점에서 원 저작자의 저작권을 해친다는 것인데,
인간이 취하는 포즈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무수히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사실 저작권이라는 걸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런 걸 모두 표절이라고 몰아붙이면 세상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어디 있을까?
이번에 제라에서 논란이 된 남자가 손으로 입을 가린 포즈도...
각종 책이나 연예잡지, 싸이월드, 사진집 등을 뒤지면 몇 천 몇 만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저 사진을 베낀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니, 사실 이슬기씨가 저 그림을 보고 베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트레이싱을 했을 지도 모른다. 아마 본인만이 알 일이겠지만...
하지만 나는 최소한의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것'만으로 어찌 보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레이싱을 했으냐 여부가 아니라 '똑같은 이미지가 생산'됐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럼 어느 정도 똑같아야 같은 이미지가 생산됐다고 인정하고, 그것을 표절이라 부르냐'라는 문제는
음악에서 8마디 이상이 같으면 표절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구분짓기도 애매하며
또 구분을 짓는다고 그게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질리도 없다.
사실 워록의 탱크 표절 사건이나, 슬램덩크의 NBA사진 표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탱크를 그린다면 당연히 탱크 자료 사진을 모을 것이고, 그걸 보고 그릴 것이다.
농구 장면을 그린다면 농구 비디오나 사진집을 모으고 그걸 보고 그릴 것이다.
아니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서 그리라고? 농담이시겠지.
좀 다른 얘기를 해 보자.
예전에 다른 사람의 저작권 있는 키보드 사진을 홈피에 올렸다가 합의금 물어주고 좆됐다는 글이 모 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는데,
나도 문제가 됐다는 키보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모서리 일부를 45도 정도 삐딱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만약 같은 구도로 자기가 쓰는 키보드를 찍어서 올렸다면, 그걸 표절로 걸어서 합의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그럼 그 원본 사진을 대고 그림을 그려서 홈피에 올렸다면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을까? 난 이것도 절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럼 사진을 베꼈는지도 불분명한데다가 손가락 각도나 전체적 색감, 여러 부분의 명암, 코의 길이 등이 다른 제라의 일러스트는 표절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리터칭의 경우는 문제가 꽤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예의 키보드 사진에 모션 블러를 넣고 색감에 청색을 더 넣어서 홈피에 올렸다고 하면, 합의금을 물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넥슨을 싫어하는 것도 알겠고, 잘 나가는 사람한테 배아픈 것도 알겠고, 상업용 일러스트레이터가 사진을 트레이스하는 건 쪽팔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알겠는데.
내 보기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 by | 2006/05/24 12:39 | 잡담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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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부분때매 프로를 피하는 습성도 있습니다.(뭐.. 실력이 딸려서 그러한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헌데 요즘엔 동인계에서도 그러한 얘기가 자주 오가서...
여러가지로 힘드네요;
쉘 > 아니. 그냥 남이 고꾸라지는 걸 보고 싶을 뿐인 거지.
무라이님 > 정의감 넘치는 똑똑한 양반들이 너무 많죠...
그래서 현재 초딩웹 용도는 기사 눈팅용 lol
너무 따지고 드는 것도 문제.
너무 떠들어 대는 것도 문제.
제 입장에선 결과물이 예쁘고 멋들어지면,
창작과정은 어찌되든 별로 상관없...[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좌우간 난감한 사건이군요.[먼눈]
멜님 > 어쩌다보니 글이 표절 옹호처럼 흘러갔지만, 사실 너무 똑같이 그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긴 하죠. 계속 포즈 트레이싱만 하면 인체에 대한 이해나 안 보고 그리는 능력을 키우기는 어려울테니... 하지만 어디까지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참고'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의 창작을 훔쳐오는 '표절'인지 명확히 결론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넥슨 일이라고 신나서 나대는 꼴이 보기 싫었다는 거죠.
그런 사람들 신경쓰면 오래 못살아요;ㅅ;
[DC, 룰리(루리?)웹, 등등 주소도 모르는 사람←].
똑똑한 바보들은 저들끼리 놀게 두는게 상책.
아무사진 트레이싱해서 자기 작품이라 제출하고...
좀 억지 같구만요..
인체 해부를 안 배우면 사진이 있는 그림밖에는 못 그리겠죠. 분명히 한계가 될 겁니다.
물론 직접 포즈를 취한 다음(혹은 모델을 세운 다음) 사진을 찍어서 그걸 트레이싱 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그런 경우라면 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것도 억지라고 생각하시면 별 수 없습니다만.
[아무 사진]을 트레이싱하면 위에도 썼지만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 있겠죠. 그리고 설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쪽팔린 일이겠죠.
뭐 위 댓글에도 있지만 트레이싱 자체보다는 [넥슨 까기]에 발끈해서 썼던 글입니다.